“동해안 산불때 도움 갚아야죠”
속초시민 등 전국 각지서 발길
영부인 김정숙 여사 이길리 방문

“소중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응원합니다.”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피해를 입은 철원군 동송읍의 이길리와 정연리 마을에 복구가 시작됐다. 특히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은 피해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세번째 수해 흔적 지우기 안간힘=침수 피해를 입은지 꼭 1주일이 지난 12일 강한 햇빛이 내리쬔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서는 피해 주민들과 수백명의 자원봉사자, 군장병들은 진흙과 쓰레기더미가 가득한 마을 곳곳을 누비며 구슬땀을 흘렸다.

1996년과 1999년에 이어 최근 계속된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이길리 주민들은 수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철원 이길리 농민 김광렬(51)씨는“이제 막 고추를 수확할 시기였는데 다 못쓰게 돼 아쉽지만, 그렇다고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복구작업에 매달렸다.

김 씨의 비닐하우스를 찾은 37명의 속초시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들은 연신 쓰레기를 치우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자원봉사에 나선 온미선(58)씨는 “수해를 입은 이길리에 와보니 어느 하나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복구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산 산불 도움 갚아야죠”=이들은 철원의 자원봉사자들이 지난해 동해안 산불피해 현장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전한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박주희 속초센터장은 “지난해 동해안 주민들이 산불피해를 극복하는데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절대적이었다”며 “강원일보 보도 등을 통해 철원지역 침수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달려왔다”고 했다.

이길리 마을 안 공동식당에는 경기도안경사협회 회원 10여명이 이길리 주민들을 위한 안경제작 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동해안 산불 당시에도 해당 지역에서 어르신들의 돋보기안경을 제작해 눈길을 모았다.

이명석 회장은 “피해 주민들이 힘을 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안경사들이 각자 가게문을 닫고 왔다”며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에서 봉사를 하며 느낀 따뜻한 마음을 이곳 주민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구호품도 답지 “감사의 마음 뿐”=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소한의 수행인력과 함께 비공식 일정으로 이길리를 찾아 세탁 및 가재도구 정리 등 복구작업에 힘을 보탰다. 양양군과 정선군,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등 지역 및 기관들도 철원 수해현장을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까지 철원지역에는 개인과 단체 등 총 4,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이길리와 정연리, 동막리, 생창리 등 주요 침수피해지역에서 수해 복구작업에 동참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도 답지해 이재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김종연 이길리장은 “도내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자원봉사자가 이길리를 찾아 복구작업을 돕고 싶다는 연락을 해오고 있다”며 “이길리 뿐만 아니라 철원지역 피해 주민들도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호·허남윤기자